『개츠비』에서 『폭풍의 언덕』까지: 신춘수 감독, 세계 초연 무대로 서울을 선택하다
서울이 첫 무대: 글로벌 프로듀서의 과감한 전환
브로드웨이에서 전 세계 주요 무대로 『위대한 개츠비』를 이끌어 온 프로듀서 신춘수는 다음 문학 작품 각색을 위해 색다른 길을 택했다. 에밀리 브론테의 1847년 소설을 원작으로 한 『폭풍의 언덕』은 런던이 아닌 서울에서 내년 1월 세계 초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신춘수 프로듀서는 한국 관객들이 이 작품을 가장 먼저 관람하기를 원한다고 밝혔으며, 작품의 완성에는 현지 창작진에게 전적으로 신뢰를 맡겼다. 그의 이러한 자신감은 『위대한 개츠비』가 거둔 상업적·문화적 성과에 기인한다. 플레이빌(Playbill)이 보도한 업계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초연 이후 이 작품은 전 세계적으로 약 23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고 약 1,600회 공연을 올렸으며, 브로드웨이 공연만으로도 11월 1일 종료된 주까지 약 1억 4,6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신 감독의 제작사는 이 새로운 뮤지컬이 완성될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1,004석 규모의 CJ 토월극장을 3개월간 대관했다. 공연 기간은 5주이지만, 대관 기간을 연장함으로써 충분한 기술적 준비, 총연습, 비공개 프리뷰를 진행할 수 있게 되었는데, 신 감독은 이러한 제작 방식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한국의 관행보다는 브로드웨이의 관행에 더 가깝다고 말했다.
창작진과 그 중요성
이 작품은 한국 크리에이티브 팀을 중심으로 제작된다. 소규모이면서도 감성에 초점을 맞춘 작품으로 유명한 한재은(대본 및 가사)과, 한국과 미국에서 수학한 클래식 음악가 출신의 작곡가 조우인이 그 주인공이다. 두 사람은 2020년부터 함께 이 프로젝트를 개발해 왔다.
한국인 디자이너로는 의상 디자이너 김환과 메이크업 디자이너 김남선이 참여했으며, 연출가 마이클 펜티먼, 안무가 알렉산드라 사르미엔토, 무대 디자이너 맥스 존스, 조명 디자이너 팀 루트킨 등 주요 창작 역할은 영국인 협업자들이 맡고 있다. 《개츠비》에 참여했던 제이슨 하울랜드가 음악 감독 겸 오케스트레이터로 활동한다.
이 뮤지컬은 원작 여주인공의 딸인 어린 캐서린과 힌들리의 아들 해리턴 등 다음 세대를 따라가며 브론테 자매의 이야기를 새롭게 재구성한다. 이러한 관점은 복수와 파괴적인 열정의 순환에서 벗어나, 세대를 초월해 지속되는 사랑의 개념으로 서사를 이끌어간다.
이번 서울 초연은 2027년을 향한 더 큰 도약의 일환이기도 하다. 신 감독은 샌디에이고의 올드 글로브(Old Globe)와 브루클린의 BAM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인데, 이는 《개츠비》의 성공 덕분에 미국 비영리 극장들로부터 제안이 들어왔기 때문이라고 그는 말한다. 그는 자원이 제한적임을 인정하면서도, 자신이 쌓아온 명성과 창작적 추진력이 귀중한 자산이라고 주장한다.
캐스팅이나 공연 일정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실험 그 자체다. 한국 작가가 쓴 뮤지컬을 한국을 거점으로 세계 무대에 올리고, 현지식 스토리텔링과 국제적 하이브리드 제작 모델이 세계 연극계의 새로운 길이 될 수 있는지 시험해 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