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린스키 극장의 스타 김기민, 서울에서 베자르의 ‘볼레로’를 이끄는 최초의 한국인이 되다
김기민, 베자르의 ‘볼레로’에 생명을 불어넣다
어둑한 무대 위에서, 한 명의 솔로 무용수가 테이블 위로 일어나 음악에 맞춰 몸짓을 하나하나 그려낸다. 마린스키 발레단의 수석 무용수 김기민은 모리스 베자르의 상징적인 작품 ‘볼레로’의 중심 인물인 ‘라 멜로디’ 역을 준비하며, 악보가 자신의 몸을 통해 흐르듯 사지를 이끌어주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말한다.
33세의 그는 이번 주 이 역할로 데뷔했으며, 공연 기간 중 다시 무대에 설 예정이다. 그는 흥분과 차분한 집중이 뒤섞인 심경을 전했다. 첫 공연 전의 극심한 긴장감은 음악이 시작되자 기쁜 마음으로 몸을 맡기는 느낌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볼레로’ 준비에는 남다른 체력과 집중력이 요구되었다. 김은 마리인스키에서의 평소 짧은 리허설 일정과 베자르 발레 로잔에서 참여했던 긴 일일 연습을 비교하며, 작품에 완전히 몰입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반복적인 악보와 완벽하게 타이밍을 맞추기 위해, 그는 각 악기가 언제 등장하는지 익혀 음악이 안무에 대한 정확한 신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그는 또한 안무를 풀어내는 일련의 미묘하고 전수된 ‘열쇠’인 무용단의 전통을 익히는 과정과, 솔로 무대를 끝까지 이끌어가는 데 도움을 주는 집단적 에너지를 설명했다. 김은 개인적인 찬사를 추구하기보다는 베자르의 비전을 존중하고 작품 자체가 주목받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한다.
베자르 발레 로잔, 한국 재방문
베자르 발레 로잔의 이번 방문은 15년 만에 이루어지는 한국 투어다. 4월 23일부터 26일까지 이 무용단은 서울 GS 아트 센터에서 공연을 펼치며, ‘볼레로’를 비롯해 재해석된 ‘햄릿’, ‘불새’, ‘라 루나’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15년 전 한국에서 마지막으로 무대에 올랐던 예술 감독 줄리앙 파브로는 ‘볼레로’의 주역이 남녀 모두에게 맡겨져 왔으며, 캐스팅에 따라 작품의 분위기가 달라진다고 언급했다. 그는 대규모 앙상블에 둘러싸인 테이블 위의 고독한 인물의 이미지가 제단, 시련, 혹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을 차분히 받아들이는 모습 등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남긴다고 말했다.
이 무용단의 출연진 중에는 2020년부터 베자르 발레 로잔의 유일한 한국인 단원으로 활동해 온 이민경이 포함되어 있으며, 그녀는 ‘햄릿’에서 오필리아 역을 맡을 예정이다. 김과 이민경 모두에게 이번 공연은 단순한 공연 시리즈 그 이상이다. 이는 한국에서 베자르의 유산을 선보일 수 있는 드문 기회이자, 향후 수년간 한국에서 현대무용이 어떻게 인식되고 무대에 오르는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