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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72시간 퍼포먼스, 극장을 하룻밤의 사운드스케이프로 변모시키다

줌 아트 센터에서 펼쳐진 일

지난 주말 용산구 줌 아트 센터에서 72시간 동안 쉬지 않고 진행된 색다른 행사가 온라인에서 화제를 모으며 한남동 일대 방문객들에게 무료 숙박 기회를 제공했다. ‘파빌리온 72’라는 제목의 이 작품은 국립극단이 제작했으며 목요일 저녁 개막해 일요일까지 이어졌고, 일부 관객은 12~15시간 동안 자리를 지키기도 했다.

이 공간에는 정식 무대나 고정된 좌석이 없었다. 사람들은 앉거나 누워 있거나, 졸거나, 휴대폰을 보거나 조용히 수다를 떨기도 했으며, 때로는 공간에 자신만의 소리를 더하기도 했다. 한 참가자는 심지어 물구나무서기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러한 구성은 관객들이 공연을 어떻게, 혹은 과연 따라갈지 여부에 대해 자유롭게 선택하고 자연스럽게 움직이도록 유도했다.

연출자들은 바그너의 『반지의 제왕』 대사를 다양한 음량으로 번갈아 불렀다. 건설 작업복을 입은 인물의 우렁찬 선언, 침낭에 파묻힌 이의 부드러운 중얼거림, 그리고 다른 곳에서 들려오는 속삭임 같은 단편들이 뒤섞였다. 공연장 곳곳에 흩어져 있던 낡은 라디오들은 동작 감지기가 작동할 때마다 소음을 뿜어냈고, 수백 개의 짧은 음향 요소들이 독립적으로 순환했다. 그 결과, 단일한 선형 서사가 거의 유지되지 않는, 층층이 쌓이고 종종 끊기는 사운드스케이프가 만들어졌다.

작가의 의도, 맥락 및 향후 계획

이 작품은 20년 넘게 연극, 영화, 시각 예술 분야를 넘나들며 활동해 온 작곡가이자 사운드 디자이너, 미디어 아티스트 카입(이우준)이 제작했다. 〈파빌리온 72〉는 선정된 예술가들에게 180일간의 실험 기간을 부여하고 경계를 허무는 프로젝트의 최종 버전을 선보일 기회를 제공하는 국립극단의 기획 하에 개발되었다.

카입은 침묵 속에서 진행해야 했던 리허설이 이 작품의 촉매제가 되었다고 말한다. 평소의 소리 없이 진행된 공연 경험은 그에게 소리와 행동의 관계를 재고하게 만들었다. 그는 이 설치 작품을 겹쳐지는 오디오 레이어에 대한 연구라고 설명하며, 이 효과를 ASMR의 흐릿한 친밀감에 비유한다. 여기서 루프와 라이브 보컬의 우연한 만남이 변화하는 질감을 만들어낸다. 관객의 방해는 의도적으로 구성의 일부로 포함되었다.

이례적으로 긴 공연 시간 역시 의도된 것이었다. 카입은 72시간이라는 시간을 고립된 상태에서 인간의 지각이 재구성될 수 있는 기간으로 지목하며, 이 시간을 통해 연극적 관행과 위계 구조에 의문을 제기했다. 공연 중 녹음된 자료는 편집되어 4월 말 온라인으로 공개될 새로운 오디오 작품으로 탄생할 예정이다. 이 실험은 분위기, 공유된 존재감, 그리고 공연자와 관객 사이의 모호한 경계를 우선시하는 연극의 형태를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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